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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로맨틱 코미디

  “그는 마피아야.”

  후리하타는 흠칫 놀랐다. 순간 터지지도 않은 총성을 듣고 싸한 화약 냄새를 맡은 기분이 들었다. 뒤로 물러서려는 후리하타의 허리를, 아카시가 부드럽게 감싸 안아 끌어당겼다. 자연스러운 손길이었다. 아카시를 알게 된 지 십 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이렇게 거리가 가깝게 된 것은 결단코 처음이었다. 농구를 하면서 이따금 어깨나 가슴팍이 맞닿은 적은 있지만 아무리 후리하타라도 그런 스킨십에 멋모르고 설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아카시는 농구 중에 다른 생각, 그게 아카시 생각이라고 할지라도, 그 순간의 움직임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하면서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상대가 절대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아주 달랐다. 허리를 감싼 단단한 팔과 향수 냄새에 후리하타의 눈이 빙빙 돌았다. 거짓말! 그는 이를 악물고 소리 죽여 속삭였다.

  “날 놀리는 거지?”

  후리하타는 정신을 잡으려고 애썼다. 몇 시간이라도 이렇게 아카시에게 안긴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짝사랑하는 티를 냈다가는 몇 년간 노력해서 겨우 얻은 친한 친구 포지션을 잃게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후리하타는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과, 아카시의 친구로 남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밀착한 아카시의 가슴팍을 밀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때 아카시가 한숨을 내쉬었다. 귓가에 바로 닿는 숨소리에 온몸의 털이 쭈뼛 솟는 기분이 들었다. 후리하타는 질끈 눈을 감았다.

  “무슨 이유로 네게 거짓을 말하겠어?”

  그렇게 되묻는 아카시의 목소리가 달콤했다. 후리하타는 이 상황이 아주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어떻게 아카시가 로마에 있는지, 왜 ‘마피아’라는 사람과 함께 있는지 물어본다면 이 달콤한 목소리가 금세 냉랭해질까 봐 두려웠다. 아카시의 친구로 지낸 몇 년간 후리하타는 선을 지키는 데 능숙해졌다. 적어도 점점 능숙해지고 있다고 믿었다. 도가 넘게 간섭하지도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카시에게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해 캐묻는 건 도를 넘는 일일까? 아닐까?

  “코우키.”

  후리하타는 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코우키, 다시 한 번 아카시가 불렀다. 그 부름이 후리하타의 생각이 흐르는 걸 막고 있었다. 뇌를 한손으로 주무르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효과적으로.

나를 도와주겠어? 그렇게 묻는 아카시의 목소리가 절박했다. 후리하타는 지금껏 아카시의, 이만큼 감정이 실린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몇 수 앞을 훤히 바라보는 것처럼 여유로웠다. 그런데 이런 목소리로 내게 도와달라고 말한단 말이지, 아카시가? 그럴 상황이 아닌데 알 수 없는 충족감이 차올랐다. 후리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완성단계가 아니며 바뀌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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