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 동양판타지, 미스터리
“그건 너 때문이 아닐 거야.”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으나 아카시는 후리하타의 그 말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도플갱어가 돌아다니고 있는 건 후리하타 쪽이었다. 그런데 ‘나’가 아니라 ‘너’라고? 후리하타는 전반적인 학업성취도가 월등하지는 않더라도 언어는 높은 편에 속했으며, 그의 어떤 시험 점수도 ‘나’와 ‘너’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이건 미국에서 갓 귀국한 카가미 타이가였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카시에게 떠오른 의구심을 깨달았는지, 후리하타가 설명했다.
“아카시가, ‘그 사람’이 나인 줄 알고 혼란스러워했었다며.”
가짜 후리하타에게 키스까지 할 뻔했던 날을 돌이키자 아카시는 어쩔 수 없이 씁쓸한 기분을 곱씹어야 했다. 그것은 패배감을 마주했을 때와도 비슷한 감각을 일깨웠다. 무언가 심장을 조이는 듯 답답하고 속이 타고 메스꺼워 뱉어내고 싶어지는. 그가 이 감정을 받아들인 건 고등학교 1학년 윈터컵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감정의 출처가 하필이면 정체불명의 대상을 연인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더욱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최대한 표정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언짢은 기분을 아예 숨기기에 그들은 제법 긴 기간을 함께해왔다. 아카시는 “세이쥬로.”하고 유난히 다정하게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후리하타가 미소 짓고 있었다. 후리하타의 다양한 얼굴 중에서도 아카시가 좋아한다고 손꼽을 수 있는 표정이었다.
“나라도 아카시와 똑같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면 헷갈렸을 거야.”
아카시는 후리하타가 자신을 꿰뚫어 본 것이 민망하면서도 지극히 그다운 위로법이 고마웠다. 그러나 다음 날 이야기를 들은 쿠로코의 첫 마디는 아카시를 다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거, 진짜 후리하타 군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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