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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어느 날, 나의 피터팬은 사라졌다.

 

RESET

피터팬은 웬디를 원더랜드에 데려간 대가로, 그의 기억을 녹여야 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한 작업이었다. 그의 팅커벨이라 불리우는 지팡이 하나만 휘두르면 끝날 작업이었다.

“오블리비아테.”

그의 혀 끝 사이로 바람이 새어 나갔다. 웬디는 그의 가엾은 벗이었다. 그렇게 웬디는 피터팬도, 원더랜드도, 사랑하는 사람도 모조리 잃고 나서야 자신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러한 삶 속에서, 빵을 구우며, 폐에 들어찬 지독한 희망의 웃음을 버릴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자신은 영원히 늙지 못할 아름답고 불우한 원더랜드에 닿을 것이라고.

이 야 기 를 시 작 하 자 .

 

DAY 1

피터팬의 이름을 부르자면 뉴톤 아르테미스 피도 스캐맨더 (Newton Artemis Fido Scamander)였다. 뉴톤보다는 뉴트라는 이름으로 주로 불리곤 하였는데, 간혹 이름의 ‘New─’ 발음을 할 때면 혀가 가끔씩 짓뭉개지는 경향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나름대로의 애칭이었던 뉴트는 짓궂은 별명 (Newt는 도롱뇽과 유사하게 생긴 영원과 양서류이다.) 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사람들은 그의 별명이 기막히게 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피터팬의 동물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길이 여긴 사람들은 그를 성으로 부르곤 했는데, 그의 성은 스캐맨더였다.

 

DAY 2

처음 피터팬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을 칭칭 감고 있는 고슴도치 때문이었다. 원더랜드의 사람들은 그의 몸 위로 올라탄 고슴도치를 크날이라고 부르곤 했고, 그들은 크날과 고슴도치를 구분하는 시험을 치렀다.

뿐만이 아니라, 몇몇 고약한 매부리코 남자들은 오리너구리를 니플러라고 부르곤 했다. 그들은 비정상적으로 반짝이는 것에 환장해서, 습성이 까마귀와도 같았다.

 

DAY 3

피터팬은 항상 어른이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이기적인 어른, 그들은 항상 동물들을 박해하곤 했다. 그리고 못내 자신이 어른이라는 사실에 슬퍼했다.

 

DAY 4

어느 날, 피터팬은 원더랜드에 엮이게 된 웬디를 발견했다. 그는 원더랜드 사람들에게는 노─마─지라고 불렸으나, 피터팬은 그를 머글이라고 불렀다.

 

은빛의 가람으로 살랑대는 물결과 견고하고 괴이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오는 굳은 시멘트의 성벽은 원더랜드를 두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원더랜드가 세상이었다. 그 누구조차 침범해서는 결코 되지 않을. 원더랜드의 어른들은 콧등을 부여잡으며 “세계란 무엇인가?” 등등의 이상한 헛소리들을 하는 것이 취미였는데, 피터팬은 차라리 “세 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효용적이라고 생각했다.

 

DAY 5

피터팬은 자신의 별 가루를 떨어뜨렸고, 일명 노마지라 불리우는 웬디는 별가루를 주웠다. 피터팬이 할 말이라곤 한 가지였다. “오, 웬디, 제 그림자를 꿰매주세요.” 그것은 인연의 서막을 알리는 문장이었으며, 마치 웬디의 사나운 개가 피터팬의 그림자를 물어뜯듯, 웬디는 자신의 원더랜드와 갈라진 작은 오두막이 담긴 가방을 피터팬과 바꿔쳤다.

 

DAY 5 IN Post Script

사실, 피터팬은 악어를 사랑했다. 그것은 사나웠고 매우 거대했으며 시도때도 없이 입을 쩍쩍 벌렸지만, 그것의 뱃속 고동 소리는 마치 시계와도 닮아 있었다.

똑   

   딱

똑   

   딱

 

DAY 6

웬─디는 슬프게도 남성이었다. 그리고 피터팬은 지독히도 헤테로 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 슬픈 일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웬디는 또 다른 인연을 불러왔는데, 그것은 원더랜드에서 물에 침수되어 가던 인디언 섬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당찬 여인이었으며…….

 

원더랜드는 아름다웠고, 환상적이었다. 인디언 여인은 흐리게 웃음을 지었고, 웬디는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꿈이라고 생각하나요?”

“이건 꿈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전 이런 걸 상상할 두뇌가 없거든요.”

 

DAY 7

그들은 후크 선장의 배 위 판자 위로 하나씩 올라갔다. 타이거 릴리는 가장 먼저 수장을 당할 뻔 하였으나 바다 위로 뛰어들었음에도 어떠한 물소리나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것이 괴이하다 생각하여 후크 선장이 밑을 들여다보니, 하늘을 나는─이 아닌, 새 한 마리와 친구를 먹은 피터팬이 릴리를 안아들고 있다 하더라.

 

DAY 8

피터팬은 흐린 눈물을 지었다. 후크 선장으로부터의 승리는 그에게 어떠한 감흥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피터팬은 여전히 제 한 손의 힘이면 연약하게 부서져 갈 생명체들을 껴안았고 사랑했다. 그리고 원더랜드에서 결국 웬디는 추방되었다. 웬디, 당신은 나의 벗이었어요. 피터팬의 축축히 젖은 입술이 오물거렸다.

당신에게 이 모든 것이 한 줌의 꿈이 되어 가길……. 피터팬은 제 품으로 모여든 고아들을 다독이며 웬디의 눈을 감겼다. 비가 내렸다. 지독히도 찬 빗물이었다. 그 비는 모든 것을 씻겨 내렸고, 그것은 마음의 오물도, 어지러운 어른들의 신문들 역시 씻겨 내렸다. 웬디는 피터팬의 입술이 알 수 없는 단어를 만드는 것을 선명히 바라보며, 자신이 사랑했던 인어 공주를 바라보았다.

 

 

LAST FANTASY

오 블 리 비 아 테.

 

내가 너의 꿈을 꾼 것은, 나는 자라나야 하기 때문이야,

나의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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