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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댄드리지 씨

 

 

 

* * *

 

 191X. XX. XX.

 

 포펜티나 골드스틴 양,

 

 귀하께서는 익명의 이사님으로부터 후원을 받게 되셨습니다. 그분은 골드스틴 양의 뛰어난 자질을 알아보셨고, 당신이 오러가 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실 겁니다. 후원자님께서 당신이 쓰는 편지를 받아보길 바라십니다. 동봉된 주소로 ‘Jerry Dandridge’씨께 부엉이를 보내십시오. 그분께서는 당신이 오러가 되기 위해 훈련받는 모든 상세한 과정의 기록을 원하십니다. 최소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쓰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제리 댄드리지 씨의 비서 드림

 

 Dear Mr. Dandridge,

 

 안녕하세요, 댄드리지 씨. 저는 아저씨께서 후원하시기로 한 포펜티나 ‘티나’ 골드스틴이에요. 특별히 저 ‘티나’를 강조하는 건, 음, 예의 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포펜티나 말고 티나가 제 이름이기 때문이랍니다. 아, 물론 서류상의 이름은 포펜티나예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제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 ― 퀴니도, 보육원 원장님도, 친구들도, 지금은 돌아가신 저의 부모님까지도 말이에요 ― 이 저를 티나라고 부른다는 거예요. 누가 포펜티나라고 매번 불리고 싶어하겠어요? (이 이름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악감정은 없어요.)

 

 쓸데없이 서론이 길었으니 본론을 짧게 할게요. 이 티나 골드스틴은 후원자님께서 제가 오러가 되는 것을 도와주시기로 했다는 게 정말 기뻐요. 감사합니다, 아저씨. 일버르모니에 입학할 때부터, 아니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은 오러가 되어서 마법사 세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거였어요. 댄드리지 씨, 댄드리지는 가짜 이름이라고 하셨죠? 그러니까 저는 후원자님을 계속 아저씨라고 불러도 괜찮을지 여쭙고 싶어요.

 

감사를 보내며

Porpentina “Tina” Goldstein

 

 댄드리지가 아닌 댄드리지 씨께

 

 안녕하세요, 가짜 댄드리지 씨! 무례했다면 죄송해요. 오늘 MACUSA가 있는 뉴욕으로 갈 채비를 하던 도중에 아저씨 ― 답장이 없으셨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 댄드리지 씨를 쭉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 의 성함이 댄드리지가 아니지만 댄드리지라고 소개하신 게 웃겨서 한참을 웃었답니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댄드리지 씨가 아니면서도 댄드리지 씨이신 거잖아요. 웃기지 않는가요?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웃겨서 글씨가 많이 떨리는 점 이해해 주세요.

 

 저번 편지를 쓴 뒤에는 아저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궁금한 점도 정말 많았답니다. 아저씨는 연세가 많으세요, 아니면 젊으세요? 전자라면 혹시 아저씨는 대머리이신가요? ‘아저씨’라는 단어에 기반해서 상상해 보면, 아저씨는 좀 늙고 통통하게 나온 배를 가진 중장년의 신사이실 것 같아요. 오러에게는 쓸모없는 자질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상상력이 풍부하거든요.

 

 참, 아저씨도 뉴욕에 계시다고 하셨죠? 저를 도와주시는 분과 가까운 곳에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를 보내며

티나 골드스틴

 

추신: 아저씨께 답장을 받는다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지 않을까요?

 

 조금은(어쩌면 많이) 무뚝뚝하신 후원자님께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일주일 전에 저는 바라시는 대로 일버르모니를 떠나 뉴욕에 왔답니다. 아저씨, 아니 후원자님으로부터 답신이 오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확인받으니 새삼 슬퍼지는 것 같아요.

 

 퀴니가 일버르모니에 있어서, 저는 혼자이고 퀴니도 혼자입니다. 후원자님께서도 퀴니를 알고 계시리라 믿어요. 예의 없고, 천방지축인 저와는 딴판인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랍니다. 그 애가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외로운 밤입니다. 후원자님도 좋은 밤 되시길.

 

티나 골드스틴

 

 친애하는 아저씨께

 

 아저씨, 지난번에 보낸 편지는 제발 잊어 주세요. 지난주에는 익숙한 보금자리를 뒤로하고 타지에 와서인지, 외로워서인지 모르게 그 편지를 쓸 때 너무 외로웠어요. 정신없이 울다가 잉크가 번진 자국이 아저씨 편지에 있을 거예요. 사실 이렇게 변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냥 지난번 편지 속의 말이 제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이에요. 퀴니가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 빼고는, 전부 거짓말이었어요.

 

 지난주에는 심한 감기에 걸린 탓에 병원에 누워 있었어요. 간호사가 자그마치 한 주하고도 사흘 동안이나 일어나 앉도록 두지도 않았다니까요. 정말이에요. 지금은 괜찮지만요, 아저씨, 제 무례함을 용서하세요. 다음번에는 시험과 훈련 일정이 나올 테니, 공부에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를 보내며

티나 골드스틴

 

 친애하는 댄드리지 씨 귀하

 

 안녕하세요, 아저씨! 시험과 훈련 일정을 보내드린다고 했으면서 한 달이 넘도록 편지를 보내지 않았네요. 그동안 훈련에 적응하느라 바빴거든요. 저를 담당하는 오러는 에스더 언더우드 씨예요. (제 미들 네임도 에스더인 건 아실 걸로 생각해요!) 그분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저는 지금으로부터 짧으면 서너, 길면 네다섯 달 동안 훈련을 받으면서 시험을 준비할 거예요. 아마 서너 하고도 2주 뒤에 있는 시험을 보게 될 것 같아요. 아저씨께서도 아시겠지만, 오러에게는 체력뿐만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도 필요하니까요. 제가 준비해야 할 과목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변신술, 마법의 역사, 마법의 약 등인데, 마법의 약이 가장 걱정돼요.

 

 자랑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마법의 약을 빼놓고는 제가 다른 모든 과목에서 수준급이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만든 마법약은 정말 끔찍해요. 마법사 맙소사. 일버르모니에서도 간신히 낙제점을 넘는 수준이었다니까요.

 

 오늘 편지는 너무 걱정만 늘어놓은 것 같아요. 아저씨께서 부디 제게 실망하지 않으시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다음에는 좋은 소식으로 편지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사랑을, 감사를 보내며

티나 골드스틴

 

추신 1. 생각해 보니 제 성적 얘기는 할 것도 없었던 것 같아요. 아저씨께서 제 성적을 알고 계시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말이에요. 바보 같은 티나!

추신 2. 사랑을 보낸다는 말이 조금 어색한가요? 하지만 퀴니도 없는 지금 제가 사랑을 보낼 상대라곤 아저씨밖에 없어요. 이해해 주실 거죠?

 

 다정하신 아저씨께

 

 벌써 마지막 편지를 보낸 지 3주가 넘었네요. 보내주신 꽃 선물은 아주 잘 받았어요! 시들지 않도록 화병에 잘 꽂아 두었어요. 고맙습니다, 아저씨는 정말 친절하세요.

 

 좋은 소식을 하나 들고 왔어요! 이번 월요일부터 MACUSA에서 정말로 근무하고 계신 오러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아주 멋졌어요. 실제로 오러가 되어 일한다는 건 어떤 것인지, 제가 오러가 될 날이 조금 앞당겨진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그 오러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 정말 멋졌거든요! 퍼시벌 그레이브스라는 사람인데, 분명히 아저씨도 그 사람만큼 멋지실 거예요. 이제껏 본 오러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는데, 그래서 더 특별해 보였어요. 현상 수배된 범죄자를 잡은 이야기는 어렸을 때 듣던 영웅담 같아서 흥미진진했어요. 실제로 겪어 보면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에요. 일버르모니에서 아주 뛰어난 성적을 거뒀던 사람이라고 하던데, 저도 그 사람처럼 촉망받는 오러가 되었으면 해요.

 

 편지를 쓰다 보니, 아저씨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어요. 아저씨께서는 무슨 일을 하세요? 혹시 아저씨도 오러인가요? 왜 많은 사람 중에서 절 후원하기로 하셨는지 궁금하지만, 아저씨께 또다시 무례를 범하고 싶지는 않네요.

 

 퀴니가 제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했어요.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편지를 보내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답장이 오더라고요. 아저씨께도 답장을 받으면 참 좋을 텐데. 늘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 좋은 하루 보내시길!

 

사랑을 보내며

티나 골드스틴

 

 존경하는 가짜 댄드리지 씨 귀하

 

 안녕하세요, 댄드리지 씨! 요즈음은 댄드리지 씨가 정말 친절한 분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하루하루인 것 같아요. 제가 왜 댄드리지 씨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느냐고요? (사실은 궁금해하시는지 아닌지도 몰라요.) 점점 저는 아저씨가 존경스러워요. 아저씨께서 제가 쓴 편지를 읽고 싶어하시는 것도 이제는 고마울 따름이에요. 편지지를 책상에 두고 펜을 들기만 하면 수다쟁이가 되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거 말이에요.

 

 지난 주에 보내신 MACUSA 배지는 잘 받았답니다.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을게요. 그걸 열어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어요. 아저씨께서도 MACUSA에서 일하신다니! 제가 열심히 해서 한시라도 더 빨리 오러가 되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거니까요.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아저씨를 만나게 되는 게 제 새로운 꿈이에요. 아저씨는 저를 만나고 싶어하실지 모르겠네요.

 

 예상 밖으로 마법의 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약초학만큼 지루하던 마법약 제조가 조금이나마 수월해진 느낌이에요. 성적이 이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금처럼만 한다면 시험을 통과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재미있고 기다려지는 수업은 역시 그레이브스 씨의 수업이에요. 아저씨도 MACUSA에서 근무하신다고 하셨으니까 그레이브스 씨를 아시겠죠? 아실 거라고 믿어요. 그분은 정말 대단해요. 함께 수업을 듣는 애들도 그의 수업을 가장 좋아해요.

 

 생각해 보니까, 그레이브스 씨가 달고 다니던 배지랑 아저씨께서 제게 주신 배지랑 똑같이 생겼어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기분이 좋네요. 아저씨도 저처럼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랑을 가득 보내며

티나 골드스틴

 

 친애하는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아저씨! 마지막 편지를 보낸 지 일주일 만에 또 편지를 쓰게 되네요. 아저씨께 처음 편지를 보내던 때에는 한 주에 한 번씩 보내던 때도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한 주에 한 번씩 편지를 쓴다고 하면 굉장히 자주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편지에 소홀해지고 싶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냥, 조금 신기할 뿐이에요. 언제 시간이 이렇게 오래 흘렀는지 모르겠으니 말이에요.

 

 시험까지 이제는 7주 정도 남았어요. 열심히 공부하고, 또 훈련하고 있으니까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장래 희망은 어렸을 때부터 줄곧 오러였어요. 왜 그랬는지 아세요?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퀴니와 둘만 남았었을 때, 그때부터 막연하게 옳은 것들을 동경해왔어요. 저는 기껏해야 제 관자놀이까지밖에 오지 않는 제 여동생을 지켜야 했고, 그게 옳은 일인 줄을 알았고, 오러가 옳은 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때 마침 알게 됐었거든요. 물론 지금 보면 오러는 마냥 정의만 추구하는 직업이 아니었지만……, 제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레이브스 씨처럼 자랑스러운 오러가 되고 싶어요.

 

 이번 편지에는 확실히 학업에 관한 얘기보다는 제 사적인 얘기가 많았네요. 아저씨께서 두 주 연속으로 제 학업에 관한 소식만 알기 원하셨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아저씨.

 

사랑을 보내며

티나 골드스틴

 

추신. 이제는 아저씨가 배가 나온 장년의 신사라고 해도 만나게 되면 키스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친절하신 댄드리지 씨께

 

 좋은 아침이에요, 아저씨. 편지를 읽고 계신 지금은 아침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좋은 아침을 보내셨길 바라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편지를 쓰는 게 처음입니다. 어젯밤에 그레이브스 씨가 내준 과제를 다 하지 못해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야 했는데, 갑자기 부엉이가 날아와 과제 제출 기한이 다음 주까지라고 말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돌지 뭐예요. 다시 잠들면 시간을 맞춰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서 지금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기쁘게도, 정말 기쁘게도 제 마법의 약 성적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요. 변신술은 얼마 전에 최고점을 받았고,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서도 최고점에 약간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어요. 제가 기대한 만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걸로 생각해요. 처음에 시험 날짜를 고를 때는 너무 빠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네요.

 

 요즘은 여유가 생겨서 책도 읽기 시작했답니다. 노마지 소설도 한 권 읽었는데 제목이 잘 기억나질 않네요. ‘빨간 머리 앨리스’였던가, ‘이상한 나라의 앤’이었나 잘 모르겠어요. 아저씨는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해요. 제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으세요?

 

졸린 눈으로 사랑을 보내며

티나 골드스틴

 

 아저씨께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나의 아저씨? 시험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서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착 가라앉는 것 같아요.

 

 오늘은 그레이브스 씨와 처음으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어요. 보이는 것과 다르게 그분은 굉장히 재치 있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아저씨께서 추천해준 책을 읽고 있었더니, 그레이브스 씨가 제게 다가와서 그 책에 대해 묻더군요. 마법사 맙소사, 저는 그가 제 이름을 ― 포펜티나 말고 티나 말예요 ―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추천해주신 책은 정말 잘 읽었어요. 특히,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는요. 저는 그레이브스 씨가 제 이름을 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아저씨께서 이런 류의 소설을 즐기신다는 것에 한 번 더 충격을 받았네요. 정말 신선했어요. 로맨스 소설을 즐겨 읽는 아저씨라니! 남의 취향에다 대고 무어라 말하는 것이 예의 없는 행동인 건 알지만 전 이걸 알고 정말 웃었답니다.

 

 이번 주에도 제게 매일매일 웃음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사랑을 듬뿍 보내며

티나 골드스틴

 

 정말, 정말, 정말 고대하던 아저씨께

 

 오,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아저씨가 절 만나기를 원하신다니! 그것도 바로 다음 주에 말이에요! 수요일에 제 시험 일정이 끝나니까, 목요일에 아저씨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제 신경은 온통 아저씨에게로 가 있어요. 이러다가 마법의 약 시험을 망치면 그것의 반쯤은 아저씨 탓이에요. 아뇨, 죄송해요. 모두 제 탓이에요. 하지만 아저씨를 만날 생각에 너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해서 꼭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약속드릴게요. 다음 주 목요일에 만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곧 만나요, 나의 가짜 댄드리지 씨!

 

사랑을 전하며

티나 골드스틴

 

 사랑하는 내 아저씨께

 

 전 지금 제가 오늘 겪은 일을 믿을 수 없어요, 아저씨.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갔더니 그레이브스 씨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아저씨께서 늦으시는가 보다 생각하고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오, 맙소사. 그레이브스 씨가 다가오더니 문득 손을 내미는 거예요! 당황해서 그를 보니까 아저씨가 웃었죠, 그렇죠?

 

 퍼시, 정말 짓궂어요. 그레이브스 씨가 나의 댄드리지 씨였다니! 그래 놓고 태연하게 제게 말을 걸고 제가 당신의 수업을 듣도록 내버려 두었다니!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돌이켜 보면 당신이 제 이름을 처음부터 맞게 불렀던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어요. 아니, 오히려 포펜티나라고 불렀으면 더 이상했을 거예요. 그레이브스 씨가 제가 읽고 있던 책에 흥미를 보였던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퍼시의 취향이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서 좋아요.

 

 당신이 가지고 있던 MACUSA 배지와 제가 가지고 있는 게 똑같은 것도, 우연이 아니었잖아요. 아, 그런데 전 어떻게 당신이 아저씨라는 걸 몰랐을까요? 이번에는 정말 저를 바보 티나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어요.

 

 그런데 그레이브스 씨, 당신은 아저씨가 아니지 않나요? 아직 사십 세도 안 된 남성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이제껏 아저씨라 불러왔던 제가 다 민망해지네요. 저는 당신이 정말로 장년의 아저씨일 줄 알았단 말이에요. 이 문장을 읽고 나면 당신은 또 한바탕 웃겠죠? 좋아요, ‘아저씨’. 만약 당신이 웃었다면 이제부터 평생 당신을 아저씨라고 부를 거예요. ‘나는 아저씨가 아니다’라고 비서를 통해 전하기라도 하지 그랬어요. 지금 제가 민망해지잖아요.

 

 나의 짓궂은 퍼시벌 그레이브스 씨. 누가 당신이 이렇게 장난이 많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퍼시는 자신이 아저씨라고 소개하고 그다음으로 무슨 말을 꺼냈죠? “티나, 시험은?” 이었어요. 단어 하나 빠뜨리지 않고 똑똑히 기억해요. 남을 잔뜩 당황하게 해 놓고 하는 인사가, 시험을 잘 봤느냐는 말이라니! 정말 당신은 상식선을 좋은 쪽으로 한참 벗어나는 사람이에요.

 

 너무 들떠서 지금이 새벽인 줄도 잊었네요. 사랑하는 퍼시, 잘 자요. 오늘 받은 키스 잊지 않고 답례할게요.

 

키스를 보내며

티나 골드스틴

 

추신. 당신은 방금 제 생의 첫 번째 연애편지를 받은 사람이 됐어요!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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